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ADHD)는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아동기 정신장애다. 전체에서 이 장애를 겪는 아이들의 비율이 3~5%일 정도다. ADHD의 증상으로는 쉽게 산만해지는 부주의,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과잉행동, 그리고 매사에 성급하거나 타인에게 지나치게 참견하는 충동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이 7세 이전에 시작되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가정과 학교 등 두 곳 이상의 장소에서 나타나 학교나 가정, 친구 관계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면 ADHD라고 할 수 있다.
ADHD 아동은 부모나 교사,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당연히 사람들과의 관계유지가 힘든 것은 물론 학업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여전히 많은 어른들은 원래 아이들이란 그런 것이라면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ADHD는 청소년기가 되면 호전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간만 믿고 방치했을 경우에는 학교에서나 친구 관계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등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최근 ADHD의 원인과 치료에서 새로운 접근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수면이다. 아이들이 산만하고 과잉행동을 하는 이유가 수면의 부족이나 질의 저하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잠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고 있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지만 아이들은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산만해지고 충동적이 된다. 어떻게든 자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아기들의 잠투정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아이들이 잠을 싫어하는 이유는 최적 각성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졸릴수록 ADHD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찰에서 연구자들은 ADHD 아동들의 수면을 조사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ADHD로 진단을 받은 상당수의 아이들이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아이들의 수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질 좋은 수면을 할 수 있도록 했더니 ADHD 증세가 상당히 호전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ADHD가 과거에 비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기계문명은 밤을 낮처럼 밝혀준다. 당연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취침 시간이 늦어졌다. 늦게 잤으면 늦게 일어나서 수면 시간을 충분히 보장해야 하지만 태양은 언제나 정해진 시각에 밝은 빛을 내리쬔다. 이렇게 발생하는 수면 부족 현상은 성인에게는 만성 피로로 인한 짜증과 사소한 갈등으로, 아이들에게는 ADHD라는 심각한 상태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기계문명이 발달하기 전에도 ADHD는 존재했었다는 점에서 모든 ADHD의 원인을 수면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ADHD 아동을 위한 학교인 헌터스쿨을 설립해, ADHD 아동들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도록 돕고 있는 톰 하트만은 『에디슨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들』에서 ADHD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소개했다.
- 에디슨 역시 어린 시절 ADHD증상 때문에 학교에서는 부적응아였지만, 자신의 재능을 잘 살려 발명왕이 되었다. ADHD란 정신장애가 아니라 특별한 선물이자 재능이다. 인류는 크게 사냥꾼과 농사꾼이라는 두 기질을 타고나게 되었는데, ADHD는 사냥꾼의 기질을 타고났을 뿐이다. 단지 농사꾼 기질의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소수인 사냥꾼 기질의 아이들이 정신병자로 오해를 받고 있다. ADHD 아동이 사냥꾼 기질이라는 것은 이 아이들도 자신이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일에는 엄청난 주의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사실로 입증된다. 마치 평소에는 사냥감을 찾기 위해 산과 들을 뛰어다니는 사냥꾼이 사냥감을 발견하면 엄청난 주의 집중으로 사냥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ADHD를 단지 사냥꾼 기질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 안이한 생각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ADHD 증상은 개인차가 상당해 어떠한 경우에도 집중이 힘들고, 심한 공격성까지 보이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수영 종목 8관왕에 올라 수영 황제라는 별명을 갖게 된 펠프스도 7세때 ADHD를 치료하기 위해 수영을 시작했다고 한다. 펠프스 어머니의 세심한 배려와 적극적인 대처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수영 황제인 그가 처음 수영을 배울 때에는 물에 대한 두려움으로 얼굴도 담그지 못해 배영부터 배웠다는 사실이다. 언제나 기회는 문제와 함께 오는 것이다.
ADHD 치료에는 약물 치료가 있으며, 80% 정도가 분명한 호전을 보이는데, 집중력, 기억력, 학습능력이 전반적으로 좋아진다. 또 과제에 대한 흥미와 동기가 강화되어 수행능력이 좋아진다. 더불어 주의 산만함, 과잉 활동과 충동성은 감소되고,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잘 따르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하지만 약물 치료로만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고 아이를 도와줄 수 있게 하는 부모교육, 아동의 충동성을 감소시키고 자기조절 능력을 향상시키는 인지행동 치료, 기초적인 학습능력을 위한 학습치료, 놀이치료등 다양한 치료가 아이의 필요에 맞게 병행되는 것이 좋다.
ADHD 아동은 충동적이고 산만한 행동 때문에 야단이나 꾸중과 같은 부정적인 얘기를 자주 듣게 된다. 따라서 아동은 주변에서 말을 안 듣는 아이나 문제아로 평가되며, 스스로도 자신을 나쁜 아이, 뭐든지 못하는 아이로 생각하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더욱 자신감이 없어지고 주의 집중 결합이나 충동성 때문에 또래 관계가 힘들어지고,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따라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칭찬 거리를 찾아서 최대한 많이 칭찬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주의를 흐트러트릴 수 있는 자극이 적도록 치료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가 또래 아이들과 비슷한 정도로 잘 자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믿음을 가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