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의미에서 애착이란 '몹시 사랑하거나 끌려서 떨어지지 않는 마음'을 의미한다. 애착의 대상은 사람뿐만 아니라 물건이나 일, 삶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심리학에서의 애착은 이런 의미와 사뭇 다르다. 생후 1~2년 이내에 자신을 돌보는 양육자와 형성하는 상호적이고 감정적인 유대관계를 의미한다. 보통은 어머니가 양육자이지만 상황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생의 초기에 애착이 형성되는 이유는 아기의 무력함과 양육자의 중요성 때문이다. 아기에게 양육자는 생명 유지 장치와도 같다. 아기가 먹는 것과 자는 것, 입는 것이나 변을 보는 것 등 어느 하나도 양육자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아기와 양육자의 긴밀한 관계는 아기의 마음에 자신과 타인, 그리고 관계에 대한 틀을 형성하게 해 이후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를 하나의 이론으로 발전시킨 것은 후기 정신분석의 대상관계 이론이다. 하지만 대상관계 이론이 어린시절 양육자와의 경험을 통해 성격과 대인관계, 더 나아가 정신병리를 설명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발달심리학의 애착 연구는 어린 시절의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 그 자체에 초점을 두고 있다.
애착유형
캐나다 시몬프레이저대학의 심리학자 바솔로뮤와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심리학자 호로위츠는 다음 설명처럼 성인들의 애착 유형을 구분했다. 크게는 안정 애착과 불안정 애착으로 구분하고, 불안정 애착을 다시 몰입형, 무시형, 두려움형으로 구분했다.
이는 어린 자기와 타인이 믿을 만한 존재이냐 믿을 수 없는 존재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안정형은 자기와 타인을 모두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대인관계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필요하다면 타인에게 의존하기도 하고, 타인의 의존을 편안하게 받아준다. 이들은 혼자가 되거나 거절을 당할까봐 걱정하지 않는다.
무시형은 자기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타인에 대해서는 부정적이기 때문에 타인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다. 본인은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낸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타인은 불편함을 느낀다.
몰입형은 자신을 부정적으로 타인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언제나 다른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을 원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한다.
마지막으로 두려움형은 자신과 타인 모두 부정적으로 본다. 자신도 믿을 수 없고, 타인도 믿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대인관계가 무척이나 힘들다. 정서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지만, 그들을 완전히 신뢰하거나 의존하기 어려워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과 가까워지게 되면 자신의 못난 모습을 보고 실망하게 될까봐, 그래서 자신이 상처를 받을까봐 걱정을 한다.
낯선 상황
발달심리학자들은 애착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많은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애착이 잘 형성된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또래와의 관계도 좋고, 리더쉽도 뛰어나다. 문제 상황에서도 덜 불안해한다. 또한 성격적으로도 안정되어 있고, 학업성적도 더 좋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애착 연구로 유명한 에인즈워스의 낯선 상황의 실험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연구자는 장난감이 있는 낯선 방에 아이와 어머니를 들여보낸다. 잠시 후 다시 낯선 사람을 들여보낸다. 아이의 어머니는 방으로 들어온 낯선 사람과 몇 마디를 나눈 후 갑작스럽게 방을 나온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동안 흐른 후에 다시 방으로 들어갔을 때 아이가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했다.
안정 애착으로 분류된 아이들은 낯선 상황에서도 어머니를 안전기지로 삼아서 새로운 환경을 탐색했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방을 떠나자 불안한 모습을 보였으나 어머니가 다시 돌아오자 어머니에게 다가가서 위로를 받았다. 반면에 불안정 애착으로 분류된 아이들은 어머니가 옆에 있을 때에 장난감에 집중하지 못했고, 어머니와의 분리와 재회 상황에서 극도의 불안을 보이거나 혹은 정반대로 어머니를 무시하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안정 애착인 아이들은 어머니를 안전기지로 삼아서 주변을 탐색할 정도로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자신과 세상에 대한 믿음이 있다. 따라서 새로운 환경과 과제에 대한 두려움이 적기 때문에 궁금증이 생겼을 때 손을 들고 질문하고, 교무실까지 선생님을 쫒아갈 수도 있으며,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꾸준하게 노력할 수 있다. 결국 안정 애착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성적을 높인다고 볼 수 있다.
애착의 조건 1)양육자
어떻게 해야 안정 애착을 형성할 수 있을까? 심리학자들은 안정 애착을 맺는 부모들은 아기들의 신호에 일관되고 안정되게 반응해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때 아기는 두 가지 믿음 혹은 근본적 신뢰를 가지게 된다. 우선은 양육자가 자신의 필요를 언제든지 채워줄 것이라는 양육자에 대한 믿음이고, 그 다음은 자신이 그런 대우를 받을 정도로 가치 있는 존재라는 믿음이다.
애착의 조건 2)아이의 기질
애착 형성에서 어머니의 역할은 결코 적지 않다. 굳이 심리학자들이 말하지 않아도 아이에게 어머니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자녀가 성공했을 때 어머니가 주목받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어머니의 중요성이 강조될수록 어머니의 부담과 죄책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에는 양육자 못지않게 아이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양육자가 아이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마치 양육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식의 논리를 완전히 뒤엎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기질 연구로 힘을 얻는다. 양육자가 동일하더라도 아기들의 기질에 따라서 양육자의 태도와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제아무리 아이를 안정 애착으로 키우고 싶어하는 양육자라도 아이가 워낙 까다롭고 예민하다면 금세 지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아이의 기질이 편안하고 순한 편이라면 양육자가 안정 애착을 향해 고군분투하지 않아도 안정 애착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애착의 조건 3)주변의 도움
양육자가 아이에게 온전한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도 매우 중요하다. 우선 산후 우울증이나 호르몬 변화도 양육자와 아이의 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또한 부부 관계 역시 자녀의 애착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출산은 모든 가족 구성원에게 큰 변화이자 시련이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다툼이나 갈등이 많아지게 되면 양육자는 아이에게 온전하게 집중하기 힘들 수 있다.
왜냐하면 양육자가 아기의 필요에 적절하게 반응하기 위해서는 심리적인 안정감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양육자가 안정 애착을 위해 필요한 일관되고 안정된 반응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주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중요하다.
이처럼 한 사람의 인생이 달려 있는 애착은 온 가족이 함께 준비하고 노력해야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의 도움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